이 책은 책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 연수자의 눈을 통해 본 미국 ‘기부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공동모금회 김누리 과장이 업무 연수를 위해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 of Central Maryland에 3개월간 머물면서 때론 같은 동업자로서 때론 관찰자의 관점에서 써 내려간 연수일지이자, 기부문화에 대한 ‘新서유견문’이다. ‘유나이티드웨이’라는 창을 통해 미국 사회 저변을 이루는 기부문화가 어떤 철학적 토대를 갖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실천되는지, 미국 비영리단체와 종사자들의 실제적인 모금캠페인 모습과 경험은 또 어떤 것인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모금캠페인이 어떤 상관관계를 가졌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금한 자원을 잘 쓰려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탐구하고자 떠난 긴 여정이자 이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우리 주변사가 그러하듯이 이 책의 기획도 ‘우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책의 필자인 김 과장을 알게 되었고 논문이 다 정리된 후 김 과장과 그 간의 회포도 나눌 겸 소주 한잔 할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서 김 과장으로부터 공동모금회에 직원 연수프로그램이 있는데 자신이 다음번 연수자로 미국 유나이티드웨이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당시 내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간 생각은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과 누누이 강조해왔던 기록에 대한 중요성이었다. 많은 사람이 연수라는 명목으로 미국을 오가기는 하지만 당대와 후대 사람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기거나 이를 공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항상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평소 그가 보여준 문학적 소양을 믿었던 터라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연수기를 써보자고 제안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 역사 속에 ‘영선사領選使’가 어떻고 ‘신사유람단紳士遊覽團’이 어떠하며, 유길준의 『서유견문西遊見聞』의 역사적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 짧은 역사 지식을 총동원하여 서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며 결심을 다지기도 했다. 흔히 저자와 출판사 간의 형식적이고 틀에 박힌 딱딱한 이야기보다는 역사 속에 우리를 투영해보며 의기투합했다고나 할까?

  미국의 유나이티드웨이는 모금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자발적 지역사회 공동모금운동이 그 효시를 이룬다. 각 지역의 유나이티드웨이는 중앙기구, 즉 ‘유나이티드웨이 아메리카 United Way America’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각 직장에서 이루어지는 직원들의 소액 기부가 주요 모금원이다. 이에 반해 16개의 지부를 가진 한국공동모금회는 1998년 특별법에 따라 설립되었으며 기업단위 거액기부가 주요 수입원을 이룬다. 이런 태생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부가 진짜 세상을 바꿔 왔는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앞선 나라의 경험이 타산지석이 되어 우리에게도 유효할 수 있을 것인지, 유나이티드웨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 한국공동모금회의 실험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갖고 긴 여정을 떠나보기로 했다.

  이러한 긴 여정과 산고 끝에 지난 4월 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같은 날 동시에 출간한 시민운동가 하승창씨의 미국시민사회 기행문,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와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물론 애당초부터 의도했다기보다는 일의 진행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고, 두 책 모두 같은 시간대 미국이라는 같은 공간을 발로 걷고 눈으로 귀로 느끼고 기록했지만, 『스타벅스보다 아름다운 북카페』가 시민운동가의 시각에서 미국의 일상과 함께 인권, 환경, 평화 등에 대한 거대 담론을 통해 미국사회를 봤다면, 『기부향기는 매콤한 페퍼로드를 타고』는 현재 모금 및 배분 관련 일을 하는 실무자가 미국시민사회의 토대를 이루는 기부문화와 모금, 비영리 부문, 기업과 사회적 책임 등의 주제를 갖고 한 기관에 머물면서 그들의 일상을 관찰자의 처지에서 혹은 참여자의 처지에서 기록했다는 점이 우리에게 신선한 흥밋거리를 선사한다.

  잘 알다시피 바쁜 도시에서 빡빡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매일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가서 적응하기도 빠듯한데 매일 보고 느낀 것을 잠자리에 들기 전에 기록한다는 것은 특별하고도 투철한 목적의식이 없으면 범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 피곤함을 마다치 않고 성실하게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 기부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을 현장 실무자의 눈과 경험을 통해 생동감 있게 전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큰 행운인지도 모를 일이다. 기획한 대로 그리고 저자의 작은 소망대로 이 책이 밑거름이 되어 우리나라 기부문화와 모금활동이 역동성을 되찾고 우리 목소리로 모금캠페인을 재구성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꾸어본다.

 

이형진, 출판기획기: 기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기부향기는 매콤한 페퍼로드를 타고), <<책&>> 2008년 6월, 간행물윤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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