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안, 공익재단

 

 

재단은 기부자가 자기 자신의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특정한 목적을 영속적으로 실현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재단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기부하는 수단이며, 대개 그 재산은 자선적 기부를 위한 모험자본적인 (philanthropic venture capital) 성격을 띠고 있다. 즉, 정부 혹은 개인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지원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위험을 감수함으로써 이들의 참여를 선도하거나, 논쟁적 요소가 존재하는 분야 혹은 문제의 복잡성으로 인해 독립성이 요구되는 분야 등에서 임무를 위임받기도 한다. 따라서 재단은 비영리기관을 지원하는 재정적인 매개체라고 하는 고유의 기능을 넘어, 자선적 모험자본으로서 사회적 위험을 담보하고 개혁적 활동에 이바지할 수 있는 특별한 자격을 갖고 있는 존재로서 언급되기도 한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갖고 있는 현대적 의미의 재단의 전형은 20세기 초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1990년대 초 유럽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에서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재평가 작업과 함께, 기부자와 정책입안자들은 재단이라는 존재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재단 설립의 주체로서 정부, 기업 그리고 개인은 재단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각기 다른 차원에서 표명해 오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간을 재확보하기 위한 시도와 관련하여 개인의 재단 설립에 대한 관심은 점차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경우, 현대적 의미의 조직화된 기부기관, 즉 현대적 의미의 재단의 출현은 그리 오래 전 일은 아니다. 1960, 70년대 경제개발의 일정한 성과와 함께 한국적 ‘재벌’이 탄생하게 되고 이런 와중에서 소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이 본격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단초를 발견할 수는 있지만, 70년대는 부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주제와 함께 재단이라는 용어가 재계와 일반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각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재단을 설립한 시기이며, 정부차원에서도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소위 정부지원재단을 설립하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재계의 이러한 반응이 자발적 혹은 이타적 동기일 수도 있지만, 당시의 기업 외부의 정황을 염두에 둔다면, 즉 압축 성장에 따른 부의 집중과 편재에 대한 일반 대중의 부정적 인식, 80년대 신군부 민심수습책의 하나인 ‘복지국가건설’ 슬로건과도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일반 대중들이 이해하고 있는 재단의 이미지나 언론에 비친 재단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상존하고 있다. 즉, 재단은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순기능을 담당해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상속세 등 세금을 회피하거나 돈을 세탁하는 곳 정도로, 아니면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홍보전략의 수단 정도로 이해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재단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역사회재단(community foundation)을 포함하는 소위 공익재단 혹은 공공재단(public foundation)의 출현과 활성화가 그것이다. 이들 재단은 재원의 출처를 특정인이나 특정기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즉 자발적 일반 대중들로 하며, 조직의 의사결정구조와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기존의 재단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아름다운재단,’ ‘여성재단,’ ‘인권재단,’ ‘환경재단,’ ‘시민운동지원기금’ 등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재단의 출현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으며, 향후 시민사회와 재단과의 관계에 있어 전형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정부지원금을 대체할 시민운동단체의 재원 문제, 모금의 전략, NGO의 지속가능한 재원확보, 이들 재단과 정치인 참여 및 정치화의 문제 등등과 관련하여 재단의 설립과 기준이 언급되고, 이러한 유형의 재단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을 투명하게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정착시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재단은 자본주의 경제활동의 산물인 동시에 공공적 목적을 추구하기 위한 사회적 기관이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책임 사이에서 그리고 사익과 공익 사이에 존재하는 양가성 속에서 그 목적을 수행한다. 따라서 공익재단 혹은 공공재단은 물론 어떤 유형의 재단이건 공익성, 투명성, 효과성을 염두에 두면서, 시민사회의 재정지원자로서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에 존재하는 조직화되고 제도화된 부의 재분배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의무를 다해야만 할 것이다.

 

* 관련 웹사이트: 아름다운재단(http://www.beautifulfund.org), 환경재단(http://www.greenfund.org/), 한국인권재단(http://www.humanrights.or.kr/), 한국여성재단(http://www.womenfund.or.kr/)

 

이형진, 새로운 대안, 공익재단, <<고대대학원신문>> 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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