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기업? 존경받는 기업?

이형진(도서출판 아르케)

 

지난 3월 4일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은 창간 20주년을 맞이하여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America's Most Admired Companies)의 순위를 발표하였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최대 기업인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5년 연속 1위에 선정되었으며, 상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주들은 물론 고객과 직원의 기대에 꾸준히 부응하는 그리고 최선의 보답을 하는 회사”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들 순위에는 혁신성, 재무 건전성, 우수한 자질을 갖고 있는 종업원, 회사자산 활용, 장기투자가치, 사회적 책임, 경영의 질, 제품․서비스 품질 등의 8가지 기준이 채택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좋은 기업,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위의 기준 이외에도 여러 변수가 고려되어야 함은 물론 이겠지만, 이 지면을 통해 우리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항목일 것이다. 이렇듯 선정 기준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최근 한 신문기사의 예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견실한 재무구조, 시장지배력, 제품 경쟁력 등등, 초일류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전자에게 남은 건 존경받는 일밖에 없다. 그러나...”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기사(머니투데이 2002. 3. 25)는, 타임, 포춘 등 유력지에 실린 삼성전자에 대한 ‘칭찬릴레이’를 소개하면서, ‘존경받는 초일류기업으로서 넘어야 할 산’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즉, 삼성전자의 최근 상승추세와 성공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제는 성장 위주의 공격적인 경영에서 벗어나 '운영의 묘'를 살리고, 현재의 '성공'을 보존하기 위한 한 차원 높은 전략의 채택과 ‘자만’의 유혹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 있다.

  이들 기사가 우리 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든, 아니면 단순히 우호적인 충고 몇 마디를 하려고 했든 간에, 전하고 있는 메시지는 ‘사회적 책임,’ ‘존경받는 일,’ ‘넘어야 할 산,’ ‘한 차원 높은 전략의 채택,’ ‘자만의 유혹’ 등등의 몇 가지 키워드로 압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키워드 행간에는 소위 초일류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신뢰경영,’ ‘오픈 도어정책,’ ‘관료주의 타파와 종업원 존중’ 등등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의 최신 개념들도 포함하고 있을 것이며, 이는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의 실천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개념은 기업과 사회와의 관계성, 즉 이들 부문 상호간에 존재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로 축약해 볼 수 있으며, 의사소통을 위한 하나의 매개체로서 이른바 기업의 ‘사회공헌프로그램’ 혹은 기부프로그램이라고 하는 부문간의 파트너십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파트너십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에 들어서였다. 195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법은 주주의 투자이익을 방해하는 어떠한 기부행위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1953년(A.P.Smith Mfg.Co.Barlow)과 1958년의 판례(Union Pacific Railroad Company Trustees, Inc.), 그리고 그 이후 주변상황의 변화와 기업경영 이론의 발전은, 또 다른 생존전략의 하나로서, 기업으로 하여금 사회문제(social problem)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게끔 하였다. 즉, 이타적인(altruistic)단계에서 계몽적 자기이익(enlightened self-interest)의 단계를 거쳐 전략적 자선(strategic giving, philanthropy)으로, 그리고 사회적 투자(social investment)의 차원으로 전환해 갔던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빌리자면,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를 사업의 또 다른 기회로” 만들어 갔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아름다운 제휴…'라는 이름으로 번역 소개된 Common Interest, Common Good에서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기업과 사회부문의 파트너십 유형의 구분을 통해 언급되고 있다. 즉, 기업이 시민․사회단체에 자금, 물자 혹은 서비스를 기부하는 ‘자선적 교환(philanthropic exchange), 기업이 시민․사회단체와 제휴하여 고객 및 판매자의 요구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마케팅적 교환(marketing exchange), 인적자원 교류나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통해 기업의 상품 및 서비스 생산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영적 교환’(operational exchange)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결국, 기업과 시민․사회단체간의 파트너십이란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교환과 쌍방향 의사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며, 동시에 상생(相生)할 수 있는 방법, win-win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 80년대 초반,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부의 사회적 환언이란 명제를 갖고 각 기업들이 앞을 다투어 소위 ‘기업재단’이란 것을 설립해 왔다. 또한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이른바 ‘기업의 사회공헌’이라는 명제 하에 전략적 자선의 개념을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이 기부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 나기 위해 바람직한 길임에 틀림없으며, 지금까지 일정한 성과를 거두어 왔던 것도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회성 선심이나 감성적 대응을 하고 있는 예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존경받는 초일류기업으로서 넘어야 할 산’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앞서 간 나라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서 이를 우리의 실정에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많은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기는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전략적․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자원 및 기회를 집중하면서 관련 프로그램을 보다 더 조직화․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얼마를 지원했다가 아니라, 얼마마한 성과가 있었는가를 염두에 두는 일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프로그램의 효과성(effectiveness)에 관심을 갖자는 이야기이다.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노인들을 위해, 저소득층을 위해 우리 회사는 1년 동안 얼마를 지원했다가 아니라, 우리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가에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너 나아가 그 결과를 선진국의 예처럼, ‘재단센터’가 되었든, 여타 독립된 기관이 되었든, 일정한 공간에 모아 공유하고 연구하고 분석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침대가 과학’이라 주장하듯, 이런 의미에서 ‘기부도 과학’인 셈이다. 중국으로 팔려 가는 핸드폰과 TV 속에도, 미국으로 팔려 가는 자동차와 반도체 속에도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자하는 뜨거운 느낌과 치열한 노력이 함께 실려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형진, 부자기업, 존경받는 기업, <<전경련 1%클럽 뉴스레터>> No.4 April 2002

http://www.fki.or.kr/curiss/csr/contri/percent/no4/html/window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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